강남 테헤란로 한복판을 혼자 걷는 로봇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사람들이 슬쩍 시선을 주고 폰을 꺼내 드는 장면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설레더라고요. 그런데 개발자가 정작 원하는 건 "저 반응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5년 안에 로봇이 다녀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요. 국내 연구진과 스타트업이 실제로 만들어 낸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주소와, AI에 물리적인 몸이 주어지는 시대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어봤습니다.1. 왜 지금 다시 '인간 형태 로봇'인가?제가 오랜 기간 상업용 장비를 다루면서 가장 많이 부딪힌 벽은 의외로 기계 자체의 성능이 아니었습니다. 기계를 받아들이기 위해 공간을 뜯어고치고, 문턱을 없애고, 동선을 바꾸는 것이 더 큰 비용이었습니다. 로봇을 도입하면 환경을 바..
서울대 연구팀이 바닷물을 정제 없이 직접 전기분해해 메탄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대란이 현실화되는 시점에 나온 발표라 더 크게 들렸는데, 저는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이거 현장에서 진짜 돌아가기는 하는 걸까"부터 떠올렸습니다. 설비 엔지니어링을 오래 다뤄본 입장에서는 논문 타이틀이 화려할수록 오히려 상용화까지의 거리를 먼저 재게 됩니다.1. AI 데이터센터가 만든 전력 패러독스요즘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한숨 쉬는 분들이 많은데, 그게 단순히 에너지 가격 문제만은 아닙니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총전력 소모량은 2023년 기준 약 35GW였지만, 2033년에는 106GW까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습니다(출처: 미국 에너지부). 1GW가 대략 70만 ..
저는 첫째 아이가 AI 소프트웨어 개발 팀 프로젝트를 맡아 밤새 씨름하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AI가 교육을 얼마나 편하게 만들어줄지에만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AI 도구를 활용하면서도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을 지켜보니, 정작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붙들고 씨름하려는 의지 자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AI가 정답을 척척 내놓는 시대일수록, 아이의 '생각하는 근육'을 어떻게 키울지가 부모에게 진짜 숙제가 되었습니다.1. 생각의 체급: AI가 빼앗는 것과 남겨야 할 것AI를 교육에 접목하면 학습 효율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전에 한 가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봅니다. 바로 '생각의 체급'입니다. 여기서 생각의 체급이란? 정답이 없는 문..
저는 '공공 AI 서비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반신반의했습니다. 예전에 정부 챗봇을 써봤다가 "담당 부서에 문의하세요"라는 답변만 세 번 받고 창을 닫은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2025년 8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AI 민주정부 실현 전략'과 함께 시연한 태양광 분석 서비스 '쨍하고 해뜰날'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전부 다 믿겠다는 게 아니라, 방향만큼은 맞게 가고 있다는 느낌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1. 공공 AI, 이번엔 뭐가 다른가일반적으로 정부의 디지털 전환 발표는 거창한 목표와 함께 시작해서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략은 구조 자체가 조금 다릅니다. 행정안전부는 링컨의 국민주권 정신을 AI ..
당신이 30년 동안 쌓아온 전문 지식이 내일 아침부터 0원이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농담이 아닙니다. 저는 커피 로스팅과 카페 장비 유통 현장에서 20년 넘게 일해왔고, AI 도입 전후를 몸으로 겪어봤습니다. 그 경험에서 확신하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1. 지식이 0원이 되는 시대, 무엇이 달라졌는가?혹시 내비게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수십 년간 도시의 골목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새겨온 택시 기사들은 그 지식이 하루아침에 공공재가 되는 충격을 경험했습니다. 지금 AI가 하고 있는 일이 정확히 그것인데, 범위가 택시 기사의 길 지식 정도가 아닙니다. 법률, 회계, 의학, 설계, 마케팅까지 인류가 쌓아온 고급 전문 지식 전..
저는 오랫동안 '한 분야를 깊게 파는 것'이 최고의 생존 전략이라고 믿었습니다. 커피 로스팅을 하든, 유통을 하든, 한 우물만 파면 언젠가 빛날 거라고요. 그런데 AI가 수십 년치 전문 지식을 단 몇 초 만에 뱉어내는 걸 직접 경험하고 나서,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 지식의 가치가 0에 수렴한다'는 말, 처음엔 과장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꽤 현실적인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1. 경계인이란 무엇인가? — 메뚜기가 인재가 된 시대'경계인(Boundary Spanner)'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경계인이란? 원래 사회학에서 두 문화 사이에 끼어 있는 이민자나 교포를 가리키던 말인데, 이를 커리어에 적용하면 '여러 산업과 직무를 넘나들며 경험을 쌓은 사람'을 뜻합니다. 예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