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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테헤란로 한복판을 혼자 걷는 로봇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사람들이 슬쩍 시선을 주고 폰을 꺼내 드는 장면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설레더라고요. 그런데 개발자가 정작 원하는 건 "저 반응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5년 안에 로봇이 다녀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요. 국내 연구진과 스타트업이 실제로 만들어 낸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주소와, AI에 물리적인 몸이 주어지는 시대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어봤습니다.



1. 왜 지금 다시 '인간 형태 로봇'인가?

제가 오랜 기간 상업용 장비를 다루면서 가장 많이 부딪힌 벽은 의외로 기계 자체의 성능이 아니었습니다. 기계를 받아들이기 위해 공간을 뜯어고치고, 문턱을 없애고, 동선을 바꾸는 것이 더 큰 비용이었습니다. 로봇을 도입하면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전제가 당연하게 여겨졌으니까요.

그런데 휴머노이드(Humanoid), 즉 인간의 신체 구조를 본뜬 이족 보행 로봇은 이 전제를 뒤집습니다. 문 손잡이 높이, 계단 폭, 의자 너비, 복도 규격 — 이 모든 것이 이미 사람 기준으로 설계된 세상이기 때문에, 로봇이 사람 몸을 가지면 인프라를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입니다. 개발진이 직접 "가장 빠른 솔루션"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실제로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박혜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휴머노이드는 QDD(Quasi-Direct Drive) 방식의 액추에이터를 적용해 주목받았습니다. 여기서 QDD란? 모터와 관절 사이의 감속 기어를 최소화하여 마찰을 줄이고 힘 제어의 투명성을 높이는 설계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로봇이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센서 없이도 모터 부하만으로 직접 감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방식으로 가반 하중(Payload)을 인간과 유사한 25kg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내부에 배선과 배터리를 모두 집어넣어 관절 가동 범위를 극대화했습니다(출처: KAIST 공식 사이트).

개발 기간도 놀라웠습니다. 사족보행 로봇에서 축적한 하드웨어 노하우를 그대로 이식해, 설계 착수 1년 만에 완전한 이족 보행 능력을 갖췄습니다. 오리걸음이나 문어크 같은 고난도 동작을 하루 학습만으로 소화한다는 건, 저 같은 기술 현장 경험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속도입니다.

📌 핵심 요약: 인간형 로봇의 필요성

  • 인프라 무수정: 기존 인간 생활 환경을 개조 없이 그대로 활용 가능
  • QDD 기술 적용: 센서 없이 모터 부하만으로 외부 힘 감지 및 유연 반응
  • 성능 진화: 가반 하중 25kg 달성 및 관절 가동 범위 극대화
  • 초속도 학습: 사족보행 노하우 이식으로 1년 만에 고난도 이족보행 구현

 

2. 피지컬 AI — AI에 '몸'이 주어지는 시대의 진짜 의미

국가 전략 연구단을 이끄는 박찬훈 단장이 이 주제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 오래 남습니다. 보통 우리는 "로봇에 AI를 집어넣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라는 겁니다. AI에 로봇이라는 몸이 주어지는 것이라고요. 언뜻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이건 접근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피지컬 AI(Physical AI)란? 소프트웨어 형태로만 존재하던 인공지능이 물리적 몸체를 통해 현실 세계에 직접 개입하는 기술 패러다임을 말합니다. 텍스트를 생성하거나 이미지를 분류하는 것을 넘어, 감각 데이터를 수집하고 운동 반응을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AI입니다. 과기정통부 주도로 2025년 9월 출범한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는 이 분야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산학연관 총결집의 신호탄입니다(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런데 현재 AI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LLM 기반 생성형 AI는 감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엔 반응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야구공이 날아올 때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잡는 것처럼, 로봇에게는 1초에 수십 번씩 압력·온도·진동·미끄러짐을 처리하는 다중 감각 AI가 필요합니다. 이른바 자율성장 AI(Self-Growth AI)의 개념이 여기서 출발합니다. 자율성장 AI란? 로봇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데이터를 정제하고, 학습 성능이 좋아지면 취하고 나쁘면 버리는 과정을 인간 개입 없이 수행하는 AI 시스템을 뜻합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현실적 접근은 레고 블록식 AI 연합체 구조입니다. 기존 LLM을 상식 모델로 활용하는 모듈,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모듈, 실제 행동을 생성하는 모듈을 병렬로 묶어 일종의 인공 대뇌를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각 모듈의 계산 속도가 달라서 하나로 묶어 학습시키는 것이 기술적으로 까다롭다는 점인데, 제가 경험상 아는 복잡계 시스템과 비슷한 고민입니다. 부품 각각은 잘 돌아가는데 통합하면 병목이 생기는 그 문제 말이죠.

  • 다중 감각 처리: 압력, 온도, 진동, 미끄러짐 센서를 몸 전체에 배치해 1초에 수십 번 정보 통합
  • 맹목 보행제어: 카메라 없이 관성 센서와 관절값만으로 지형을 판단해 스스로 걷는 기술
  • 역구동(Back-drivability): 외력에 로봇이 자연스럽게 밀리며 힘을 분산시키는 설계로 상호작용 안전성 확보
  • 자율보행: 인간이 목적지를 설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해 이동하는 능력

📌 핵심 요약: 피지컬 AI와 자율성장

  • 패러다임 전환: 로봇에 AI를 넣는 것이 아니라 AI에 물리적 몸을 부여하는 구조
  • 실시간 다중 감각: 압력·온도·미끄러짐 등초당 수십 회 센서 처리 필수
  • 자율성장 AI: 로봇 스스로 데이터 축적 및 성능 선별로 인간 개입 최소화
  • 모듈형 병렬 설계: LLM 상식 모듈 + 감각 모듈 + 행동 생성 모듈의 통합 연합체

 

3. 알렉스, 조립 난제, 그리고 K-휴머노이드의 전망

2025년 여름 공개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휴머노이드 '알렉스(ALEX, All Experience)'는 제가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인 디테일을 가진 로봇이었습니다. 이름처럼 "모든 경험을 통해 느끼고 행동한다"는 철학을 손 하나에 집약해 놨습니다.

알렉스의 손은 15 자유도(DOF)로 설계됐습니다. 자유도(Degrees of Freedom)란? 관절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수를 뜻합니다. 인간의 손이 23 자유도인데 비해 15 자유도도 이미 핀셋 작업과 무거운 물건 들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더 특이한 건 피부입니다. 인간 피부처럼 말랑한 재질을 손과 팔에 적용해 역구동(Back-drivability)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덕분에 사람 손을 잡아도 스스로 힘을 조절합니다. 제가 경험한 어느 산업용 그리퍼도 이 수준의 세밀함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상용화의 가장 큰 벽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이 꼽은 의외의 답은 "조립"이었습니다. 사과 깎기도 어렵지만, 사각형 구멍에 별 모양 부품을 끼워 넣는 단순 조립조차 현재 휴머노이드는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역설적이게도 로봇이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큰 시장인 제조 조립 현장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뜻입니다. 손의 감각 혁신이 이 문제를 풀어야 상용화의 문이 열립니다.

가격 전망을 보면,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봅니다. 초기에는 구독·렌탈 모델로 보급되고, 규모의 경제가 붙으면 일상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도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는 수집한 감각 데이터를 제조사 서버로 보내는 구조 탓에, 외산 로봇을 군사 시설이나 기밀 사업장에 들여놓는 건 안보상 불가능합니다. 기술 선점은 선택이 아닌 국가 전략 문제입니다.

📌 핵심 요약: 기술적 난제와 국산화 전략

  • 15 자유도 역구동 손: 정밀 작업 능력과 인간 협업 시 안전성 동시 구현
  • 상용화 정밀 조립 벽: 제조 현장의 미세 부품 체결 등 감각적 조립 기술 미흡
  • 비용 및 보급: 자동차 가격 수준 수렴 예상, 초기엔 구독·렌탈 모델 유력
  • 보안 및 국산화: 감각 데이터 전송 특성상 국방·산업 보안을 위한 국산화 필수

 

4. 자주 묻는 질문

Q.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반 가정에 들어오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A. 전문가들은 "5년 안에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로봇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가정용 범용 로봇은 10년 정도를 봅니다. 특정 가사 작업 일부는 그보다 빨리 가능해질 수 있지만, 빨래를 꺼내 건조기에 넣고 개는 것처럼 손 감각이 필요한 복합 작업은 시간이 더 걸릴 것입니다.

 

Q. 왜 바퀴 로봇이 아니라 굳이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만드나요?

A. 인간이 설계한 세상의 모든 인프라(문·계단·작업대·통로)는 두 발로 걷는 사람 기준입니다. 바퀴 로봇은 환경을 개조해야 하지만, 휴머노이드는 기존 환경 그대로 투입할 수 있어 도입 비용이 훨씬 낮습니다. 가장 빠른 솔루션인 셈입니다.

 

Q. 한국이 미국·중국보다 뒤처진 상태에서 따라잡을 수 있나요?

A. 투입 자본 격차는 확실히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전략은 연합 연구 허브 구축과 데이터 팩토리 공유에 있습니다. 반도체·배터리 사례처럼 특정 상위 기술에서 빠른 돌파구를 내고 개방형 생태계를 선점하는 전략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Q. 자율성장 AI와 기존 AI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A. 기존 AI는 사람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해야 합니다. 반면 자율성장 AI는 로봇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유용한 데이터를 선별해 학습합니다. 학습의 주체가 사람에서 로봇 자신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5. 결론

로봇이 산업 현장에 들어올 때마다 공간을 로봇에 맞게 고쳐왔던 오랜 경험을 돌아보면, 휴머노이드가 가져올 변화의 규모가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번엔 환경이 바뀌는 게 아니라, 기계가 우리 세상에 맞춰 들어오는 방향이니까요.

한국 연구진이 만들어낸 자율 보행 제어, 역구동 손, 자율성장 AI 설계는 아직 완성이 아니라 가능성의 증명입니다. 기술 격차는 분명하지만, 어느 한 요소에서 돌파구가 생기면 생태계 전체가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주도권을 가질지 고민하는 것이, 단순히 기술을 구경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미래를 만들 것입니다.

관심 있다면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공개 활동이나 카이스트 로봇 연구 동향을 직접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기술은 이미 실험실 밖에 나와 있습니다.

 

참고: 유튜브 채널 <SK> - "AI야 OO해줘"하면 망하는 이유? AI 창작 시대에도 결국 성공하는 작품의 비밀은?🎼 | [AI 이후 우리는] EP.2 “AI와 창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