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섹터가 뜨겁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넣느냐'인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도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가 호재 발표 당일 주가가 오히려 빠지는 걸 보며 멍하게 화면을 바라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 경험이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투자 방식 자체를 다시 고민하게 됐습니다.1. 개별 종목 투자, 왜 이렇게 힘든 걸까?AI 반도체 시장은 지금 엔비디아 중심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 폭발과, 여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HBM 경쟁으로 요약됩니다. HBM이란?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쉽게 말해 AI 연산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GPU와 빠르게 주고받기 위해 설계된 고성능 메모리입니다. 이 HBM 시장의 주도권을 S..
마케팅 홍보물 하나를 수정하는 데 반나절을 날려본 적이 있다면, GPT-6 에스트라의 3D 작업 데모가 왜 그렇게 눈에 밟히는지 바로 이해될 것입니다. 오픈AI가 공개한 에스트라는 블렌더(Blender)와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을 직접 조작해 뉴욕 거리를 통째로 구현해냈습니다. 그런데 "AI가 혼자 뚝딱 만들었다"는 인상 뒤에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연산 구조와 비용 구조가 숨어 있었습니다.1. AI 에이전트, 실제로 어떻게 프로그램을 다루는가?저도 매장 운영과 콘텐츠 제작을 병행하면서 블렌더 같은 3D 소프트웨어를 건드려본 적이 있습니다. 낯선 버튼 하나를 찾는 데 화면 전체를 헤매다 시간을 흘려보낸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에스트라가 4K 화면에서 폭 20픽셀짜리 버튼을 9..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뛰어오를 전망입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설마 이게 실현이 가능한 숫자야?" 싶었는데, 현장 경험을 떠올려보니 오히려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GPU 몇 만 개를 확보하는 것보다, 그 GPU에 전기를 먹이고 열을 잡는 인프라 싸움이 지금 AI 패권 경쟁의 진짜 본론입니다.1.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혜주: GPU 너머의 공급망일반적으로 AI 투자 수혜주라 하면 엔비디아를 먼저 떠올리는데, 제가 직접 데이터를 추적해보니 수혜 범위는 훨씬 더 넓고 깊습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 100달러를 기준으로 보면, 65%는 IT 장비(주로 GPU)에 들어가고, 전기 ..
저는 한때 "대형 우량주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삼성전자가 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는데도 주가가 뒷걸음질 치는 걸 보면서, 그 믿음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실적과 주가가 왜 따로 노는지, 그 구조적 이유를 제 경험과 함께 짚어봅니다.1. 코리아 디스카운트, 숫자 뒤에 숨은 민낯삼성전자가 주주환원 규모를 발표했을 때, 저는 솔직히 기대가 컸습니다. 수십조 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누가 봐도 호재 아닌가요. 그런데 막상 시장 반응은 냉랭했고, 주가는 발표 이후에도 지지부진했습니다.나중에 자료를 뜯어보고 나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발표 내용을 보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시점에 대해 "이사회에서 결정하겠다"는 표현이 반복됩니다. 여기서 자사주..
로봇이 똑똑해질수록 필요한 건 더 강한 AI 칩일까요? 제가 퀀트 자동매매 시스템을 수년간 직접 돌려보면서 깨달은 건 달랐습니다. 알고리즘이 아무리 정교해도 데이터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그 순간 다 무너진다는 것. 피지컬 AI 시대의 메모리 반도체 이야기가 저한테 남다르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1. 단순 반복 로봇과 피지컬 AI의 결정적 차이: 추론기존 산업용 로봇이 왜 메모리를 거의 쓰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단순합니다. 사람이 이미 정답을 입력해뒀으니까요.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부품을 옮기는 동선이 고정된 로봇은, 매 순간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정해진 스크립트를 반복 실행할 뿐입니다. 피지컬 AI(Physical AI)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피지컬 AI란? 카메라..
2019년 여름, 일본이 불화수소 수출을 막겠다고 발표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번엔 진짜 위험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자체 양산 체제를 갖추고,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잃는 상황을 보면서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ASML 장비를 둘러싼 변화를 들여다보니 그때와 똑같은 패턴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1. 34일짜리 행정 병목이 사라진 날반도체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한테서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장비 한 대가 인천공항에 내려앉고 나서 실제 가동까지 한 달 가까이 손 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게 도저히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사실이었습니다. 극자외선 노광장비, 즉 EUV(Ex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