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일본이 불화수소 수출을 막겠다고 발표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번엔 진짜 위험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자체 양산 체제를 갖추고,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잃는 상황을 보면서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ASML 장비를 둘러싼 변화를 들여다보니 그때와 똑같은 패턴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1. 34일짜리 행정 병목이 사라진 날반도체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한테서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장비 한 대가 인천공항에 내려앉고 나서 실제 가동까지 한 달 가까이 손 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게 도저히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사실이었습니다. 극자외선 노광장비, 즉 EUV(Extr..
미국이 527억 달러(약 70조 원)를 반도체에 쏟아붓고도 인텔 오하이오 공장 가동을 2030년으로 밀어낸 이유가 뭘까요. 돈 문제도 아니고, 기술력 문제도 아닙니다. 제가 직접 공장 운영을 해보면서 절감했는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따로 있습니다. 장비 납기, 숙련 인력, 그리고 협력사 생태계. 이 세 가지가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고, 그게 우리 국민연금과도 직결되는 이야기입니다.장비 수급: 돈을 내도 줄을 서야 한다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입니다. 여기서 EUV란 Extreme Ultraviolet의 약자로,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 분의 1 수준으로 얇은 회로를 실리콘 위에 새기는 장비를 말합니다. 이 장비 없이는 최첨단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없습니다.문제는 이 장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