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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FMS 2026에서 GHBM 컨셉을 공개했을 때, 저는 처음에 "이건 그냥 또 하나의 로드맵 발표겠지"라고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구조도를 천천히 들여다볼수록 이건 단순히 메모리 성능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fabless)가 자기 칩 설계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이야기였거든요. 그 순간부터 이 발표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GPU 위에 메모리를 올린다는 것의 진짜 의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GHBM(Graphically Stacked HBM)의 핵심은 기존 HBM처럼 GPU 옆에 메모리를 두는 2.5D 구조가 아니라, GPU 다이(die) 바로 위에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는 3D 적층 구조입니다.

 

여기서 2.5D 구조란? GPU와 HBM을 실리콘 인터포저(interposer)라는 중간 기판 위에 나란히 올려 구리 배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신호가 옆으로 이동해야 하니 거리가 생기고, 그 거리만큼 전력도 새고 속도도 깎입니다.

 

제가 산업 현장에서 정밀 설비를 다뤄본 경험상, 배선 길이가 짧아지면 노이즈와 손실이 함께 줄어드는 건 전기공학의 기본입니다. GHBM이 주장하는 성능 8배, 전력 효율 3배 개선 수치가 이 원리에서 나온다는 점은 물리적으로 틀린 말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구현하느냐인데, 여기서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기술이 등장합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란? 기존의 솔더 범프(solder bump, 납땜 돌기) 없이 구리와 구리를 직접 맞붙이는 접합 기술로, 쉽게 말해 두 칩을 분자 수준에서 직접 이어 붙이는 방식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정밀한 공정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실무적인 의문이 생겼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알겠는데, 발열이 가장 심한 부위 바로 위에 열에 민감한 부품을 올리는 건 공학적 도박에 가깝습니다. 수천 와트를 소비하는 AI 가속기용 GPU는 사실상 작은 전기 난로입니다.

 

삼성전자는 TSV(Through Silicon Via, 실리콘 관통 전극) 구조를 통해 열을 수직으로 분산·방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TSV란 실리콘 칩에 수직으로 미세한 구멍을 뚫고 구리를 채워 위아래 칩을 직접 연결하는 기술로, 신호 전달과 방열을 동시에 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주장이 실제로 검증된 양산 환경에서도 성립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삼성의 자사 발표 수치일 뿐, 외부 독립 기관의 검증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 기존 2.5D 구조: GPU와 HBM을 인터포저 위에 나란히 배치, 구리 배선으로 연결 → 신호 이동 거리 존재
  • GHBM 3D 구조: GPU 다이 위에 메모리를 직접 수직 적층 → 이동 거리를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압축
  • 핵심 공정: 하이브리드 본딩 + TSV(실리콘 관통 전극)를 동시 적용
  • 목표 수치: 성능 8배 향상, 전력 효율 3배 개선, 발열량 절반 이하 (삼성 자체 발표 기준)

삼성전자 공식 발표 자료에 따르면 GHBM은 2027~2028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출처: Samsung Semiconductor). 컨셉 발표와 실제 양산 사이에는 수율(yield), 즉 불량 없이 생산되는 칩의 비율이라는 높은 벽이 있습니다. 이 벽을 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설계도 공장 밖을 나오지 못합니다.

📌 요약

GHBM은 물리적으로 타당한 접근이지만, 하이브리드 본딩과 TSV의 양산 수율이 검증되지 않은 단계이므로 수치 그대로 신뢰하기엔 이르다.

요약: GHBM은 물리적으로 타당한 접근이지만, 하이브리드 본딩과 TSV의 양산 수율이 검증되지 않은 단계이므로 수치 그대로 신뢰하기엔 이르다.

팹리스 생태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제 경험상 어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쓰는 사람이 바꿔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면 보급 속도는 급격히 느려집니다. 공장 자동화 장비를 도입할 때도 그랬습니다. 기계가 좋아도 기존 생산 라인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면 담당자들이 쉽게 결재 도장을 찍지 않습니다. GHBM의 상용화 앞에 놓인 가장 큰 장벽이 바로 이것입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H100, B200 같은 AI 가속기는 모두 2.5D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패키징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CoWoS란 TSMC가 개발한 패키징 방식으로, GPU와 HBM을 하나의 웨이퍼 기판 위에 통합하여 고대역폭 연결을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엔비디아가 GHBM을 채택하려면 이 CoWoS 구조를 버리고 GPU 다이 설계 자체를 GHBM 3D 적층에 맞게 재설계해야 합니다. 이건 단순한 부품 교체가 아니라 차세대 GPU 아키텍처를 처음부터 다시 짜는 수준의 작업입니다.

 

그렇다면 엔비디아가 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있을까요? 제 생각으로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엔비디아는 현재 CoWoS 물량의 대부분을 TSMC에 의존하고 있고, TSMC 역시 2.5D 패키징 공정에 막대한 투자를 이미 집행한 상태입니다. 이 구도에서 삼성의 3D 구조가 파고들려면 성능 수치가 아니라 실제 대량 납품이 가능한 수율과 단가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반도체 업계 전문 매체 EE Times에 따르면, 3D 적층 메모리 공정의 양산 수율 확보는 현재 업계 전반이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기술 발표에는 항상 "최적 조건 하의 수치"가 포함됩니다. 실제 양산 환경은 최적 조건이 아닙니다. 온도 편차, 공정 불균일, 수율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삼성전자가 HBM4 세계 최초 양산 출하라는 성과를 실제로 만들어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GHBM은 HBM4와 기술 난이도 차원이 다릅니다. HBM4가 기존 구조의 완성형이라면, GHBM은 구조 자체를 뒤집는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그 간극만큼 기대와 현실 사이의 거리도 커집니다.

📌 요약

GHBM이 실제 시장에 안착하려면 삼성 혼자의 기술력이 아니라 엔비디아 등 팹리스의 설계 전환 결정이 필요하며, 그 허들이 생각보다 훨씬 높다.

요약: GHBM이 실제 시장에 안착하려면 삼성 혼자의 기술력이 아니라 엔비디아 등 팹리스의 설계 전환 결정이 필요하며, 그 허들이 생각보다 훨씬 높다.

자주 묻는 질문

Q. GHBM이 기존 HBM4보다 무조건 좋은 건가요?

A. 설계 목표 수치상으로는 성능과 전력 효율 모두 압도적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삼성전자의 자체 발표 기준이고, 실제 양산 칩으로 검증된 결과가 아닙니다. 지금 단계에서 HBM4보다 무조건 좋다고 단언하는 것은 이릅니다.

 

Q. 엔비디아가 GHBM을 채택할 가능성은 있나요?

A.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TSMC CoWoS 구조에 깊게 묶여 있고, GPU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부담이 큽니다. 삼성이 양산 수율과 단가 경쟁력을 실제로 증명하지 않는 한 빠른 채택은 어렵다고 봅니다.

 

Q. TSV랑 하이브리드 본딩, 뭐가 다른 건가요?

A. TSV(실리콘 관통 전극)는 칩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구리를 채워 위아래를 연결하는 기술이고, 하이브리드 본딩은 납땜 돌기 없이 구리와 구리를 직접 맞붙이는 접합 기술입니다. GHBM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적용해 극한의 밀도로 칩을 쌓는 방식입니다.

 

Q. 삼성 GHBM은 언제쯤 실제 제품으로 나오나요?

A. 현재 공개된 것은 컨셉 모델(Concept Model) 단계입니다. 삼성전자는 2027~2028년 양산 목표를 언급하고 있지만, 3D 적층 공정의 수율 확보 속도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GHBM은 방향 자체는 옳습니다. 물리적으로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면 성능이 오르고 전력이 절감된다는 건 공학의 기본이고, 삼성이 그 길을 선점하겠다는 선언은 의미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수없이 봐온 패턴대로라면, 기술 발표의 화려함과 실제 양산 결과 사이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끼어듭니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HBM4 양산 실적을 쌓으면서 동시에 GHBM 수율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는지, 그리고 엔비디아가 이 구조를 실제로 다음 세대 GPU 설계에 반영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지를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샴페인은 그때 터뜨려도 늦지 않습니다.

 

참고: 유튜브 채널 <박기자의 심층분석> - "HBM보다 무려 8배 빠른 ZHBM" 의 등장에 경악한 반도체 업계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