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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게임 하나를 이긴 AI가 어떻게 생물학 50년 난제를 풀었을까요? 처음 이 연결고리를 들었을 때 저도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 답이 결국 제 일상 업무 방식까지 바꿔놓고 있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 CEO이자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데미스 하사비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AI 시대에 우리가 진짜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윤곽이 잡힙니다.
1. 보드게임이 왜 과학 혁명의 출발점이 됐을까?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저는 "바둑 좀 잘 두는 프로그램이 나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게 10년 뒤 노벨상으로 이어질 씨앗이었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데미스 하사비스에게 바둑은 목적지가 아니었습니다. 범용 인공지능(AGI), 즉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스스로 다양한 문제를 학습하고 해결하는 시스템을 훈련시키기 위한 시험장이었던 겁니다. 여기서 AGI란? 체스나 바둑 같은 단일 과제만 수행하는 '약한 AI'와 달리,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규칙을 파악하고 적응하는 범용적 지능을 말합니다.
체스는 1990년대에 이미 컴퓨터에 정복된 게임입니다. 경우의 수를 연산 속도로 압도하면 됐으니까요. 하지만 바둑은 달랐습니다. 직관과 전략적 감각이 핵심인 게임이라 기존 방식으로는 세계 챔피언을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알파고는 미리 프로그래밍된 답을 따르는 대신, 수백만 번의 자체 대국을 통해 스스로 바둑의 원리를 체득했습니다. 이 '자가 학습' 능력이 이후 알파폴드, 알파스타 등으로 확장되는 핵심 열쇠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로 넘어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바둑은 판 위 모든 정보가 공개된 완전 정보 게임인 반면, 알파스타(AlphaStar)가 도전한 스타크래프트는 상대방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부분 정보 게임입니다. 자원을 배분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는 능력, 그것이 현실 세계와 닮아 있었습니다.
📌 보드게임과 AI 혁신 핵심 요약
- 시험장으로서의 바둑: 단순 게임 승리가 아닌 AGI 훈련이 궁극적 목표
- 자가 학습 능력: 주입식 규칙이 아닌 수백만 번의 자가 대국을 통한 원리 체득
- 스타크래프트 확장: 불확실성과 부분 정보 상황에서의 리소스 최적화 훈련
- 범용성의 확보: 게임에서 축적된 지능이 현실 세계 문제 해결의 토대로 발전
2. 알파폴드가 해낸 일, 인간에게 10억 년이 걸릴 작업
알파폴드(AlphaFold)가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저는 일하다 멈추고 잠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AI가 수상한 게 아니라 AI를 만든 사람이 수상한 거지만, 그 경계가 점점 흐릿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단백질 접힘 문제(Protein Folding Problem)란 유전자 서열로 기술된 단백질이 체내에서 어떤 3차원 입체 구조로 접히는지를 밝혀내는 과제입니다. 이 3D 구조가 곧 단백질의 기능을 결정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과 질병 원인 규명의 핵심 열쇠입니다. 쉽게 말해 단백질의 '설계도'를 아는 것과 같습니다.
알파폴드 이전까지, 박사과정 연구자 한 명이 첨단 전자현미경을 동원해도 단백질 구조 하나를 밝히는 데 수년이 걸렸습니다. 지난 50년간 인류가 실험으로 규명한 단백질 구조는 총 10만 개에 불과했습니다(출처: RCSB Protein Data Bank). 그런데 알파폴드는 단 1년 만에 지구상에 알려진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전부 예측해냈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하나씩 했다면 10억 박사년(1 billion PhD years)이 걸릴 작업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딥마인드가 이 결과물을 전 세계에 오픈소스로 무료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전 세계 300만 명 이상의 생명과학·의학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알파폴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출처: AlphaFold Protein Structure Database). 제가 직접 써봤는데, 연구 문헌을 읽다가 특정 단백질 구조를 검색하면 몇 초 만에 3D 시각화가 뜨는 경험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 알파폴드의 성과 핵심 요약
- 단백질 접힘 해명: 신약 개발과 질병 규명의 열쇠인 3D 입체 구조 예측
- 압도적 시간 단축: 인류 50년의 연구(10만 개)를 단 1년 만에 2억 개로 확장
- 효율성 극대화: 인간 기준 10억 년 분량의 작업을 단축해 노벨 화학상 수상
- 오픈소스의 힘: 전 세계 300만 연구자에게 무상 제공되어 생명과학 발전 가속화
3. 미래 세대에게 진짜 가르쳐야 할 것
AI가 계산과 분석을 다 해준다면 수학이나 과학을 굳이 배울 필요가 있을까요? 제 주변에서도 이 질문을 진지하게 꺼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때 느낀 건, 그 질문 자체가 이미 문제를 잘못 짚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데미스 하사비스의 답은 명확했습니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기초 교육은 AI 시대에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제대로 검증하고 활용하려면, 그 시스템이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기반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초 없이 AI 출력물만 소비하는 사람은 틀린 답도 맞다고 믿는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가 강조한 또 다른 역량은 도구에 깊이 몰입하는 경험입니다. 그는 1980년대 싱클레어 스펙트럼(Sinclair Spectrum) 같은 초기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될 때 방과 후에 게임을 직접 프로그래밍하며 세상이 바뀔 것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지금 아이들에게도 그 감각이 필요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새로운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할 때 느꼈던 것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기계가 인간의 세밀한 직관을 따라올 수 있을까' 의심했지만, 실제로 활용 범위를 넓히다 보니 AI는 위협이 아니라 번거로운 반복 작업을 처리해 주는 수석 비서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의 AI는 대부분의 사람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잠재력을 끌어내는 사람이 앞서가는 시대입니다.
- STEM 기초: AI 결과물을 검증하고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해 기반
- 도구 몰입 경험: 웹사이트, 앱, 과학 실험 등 AI와 직접 부딪히며 감각 키우기
- 창의성과 AI의 결합: 도구 숙련도가 곧 개인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
📌 AI 시대 역량 교육 핵심 요약
- 기초 교육의 필수성: AI 출력물의 오류를 판별하고 통제하기 위한 STEM 지식
- 몰입형 플레이: 초기 도구와의 직접적인 부딪힘을 통해 기술 직관 형성
- 파트너로서의 활용: 위협 요소가 아닌 반복 작업을 해결하는 비서로 인식 전환
- 잠재력 개발: 기술을 단순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창의성과 결합하는 능력
4. CEO처럼 질문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주머니 속에 100명의 전문가를 두고 일하는 시대. 이 비유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오히려 불안해졌습니다. 100명을 잘못 지휘하면 100배의 오류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 불안이 사라진 건 실제로 AI에게 잘 정의된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반복하면서였습니다.
데미스 하사비스가 강조한 핵심 역량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것, 즉 거대한 문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고 올바른 질문을 정의하는 능력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란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질문이나 지시문을 설계하는 기술을 말하지만, 그 전에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를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가 말한 대로, 과학과 비즈니스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답을 내는 게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정의하고 나아갈 방향, 즉 북극성(North Star)을 설정하는 일입니다. AI는 질문을 받으면 답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틀린 질문을 던지면 아무리 정교한 AI도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AI가 내놓은 1차 작업물이 수준 높아 보여도, 원하는 결과의 개요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게 됩니다. 결국 시간을 아끼려다 더 쓰게 되는 역설이죠. 조율 능력, 위임 능력, 그리고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 이것이 학교와 기업 교육 모두에서 다음 세대에 가르쳐야 할 진짜 리터러시입니다.
📌 질문과 위임 역량 핵심 요약
- 질문 정의 능력: 단순히 질문 형태를 꾸미는 기술보다 문제 자체를 파악하는 안목
- 북극성(North Star) 설정: 답을 구하기 전 명확한 방향성과 개요 설정 필수
- CEO형 리더십: 문제의 소단위 분할과 적절한 AI 에이전트로의 위임 능력
- 효율성 확보: 불명확한 지시로 인한 재작업을 줄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진짜 리터러시
5. 자주 묻는 질문
Q. 알파폴드가 노벨상을 받은 이유가 뭔가요?
A. 알파폴드는 생물학 50년 난제였던 단백질 접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단백질의 3D 구조를 아는 것이 신약 개발과 질병 원인 규명의 열쇠인데, 기존 방식으로는 단백질 하나에 수년이 걸리던 작업을 AI가 단 몇 초 만에 해냈습니다. 그 성과가 화학 분야 전체를 뒤바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 2024년 노벨 화학상으로 이어졌습니다.
Q. AI 시대에 수학이나 과학 공부를 계속해야 하나요?
A. 네,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AI가 계산과 분석을 대신해 준다 해도, 그 결과가 맞는지 틀렸는지 판단하려면 기초 STEM 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초 없이 AI 출력물만 소비하면 틀린 정보도 맞다고 믿게 되는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Q. 알파고랑 요즘 제미나이는 얼마나 차이가 나나요?
A. 알파고는 바둑 하나만 두도록 설계된 초창기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입니다. 반면 제미나이 같은 현대의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은 언어, 이미지, 코딩, 과학 분석 등 다양한 영역을 범용적으로 처리합니다. 핵심 기술의 씨앗은 같지만 적용 범위와 능력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벌어졌습니다.
Q.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따로 배워야 하나요?
A. 기술적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공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능력'입니다. 거대한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원하는 결과의 방향을 먼저 명확히 정의하는 연습이 우선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과정이 갖춰지지 않으면 AI를 써도 수정이 끝없이 반복됩니다.
6. 결론
바둑에서 단백질, 단백질에서 암 치료까지.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류가 지금껏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함께 공략하는 파트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그 혜택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는 일부에게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AI가 암 치료제를 내놓더라도, 그 과정에 참여하거나 결과를 누리는 계층이 편중된다면 그것이 진짜 난제가 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체감한 결론은 하나입니다. 도구를 두려워하거나 무작정 맡기는 사람보다, 질문을 설계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이 이 시대를 주도합니다. 기초를 쌓고, 도구에 직접 부딪히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연습. 그것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입니다.
참고: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 - AI 시대에 이것만은 꼭 배워야 합니다 | 노벨상 수상자&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