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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가 멈칫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번 한몽 정상회담 소식이 뜨기 훨씬 전부터, 몽골 희토류라는 단어를 업무 미팅 자리에서 이미 여러 번 들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15년 만의 몽골 국빈 방문과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EPA) 타결 소식이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자원 전쟁, 왜 지금 몽골인가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란 스칸듐, 이트륨 등 17종의 원소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이 광물들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첨단 방산 장비에 이르기까지 현대 산업 거의 전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원자재입니다. 문제는 생산이 한 나라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을 중국이 쥐고 있고, 중국은 이걸 무역 협상의 카드로 거침없이 꺼내 들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전 세계가 눈독 들이는 곳이 바로 몽골입니다. 몽골은 희토류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2위권에 드는 자원 대국입니다. 실제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광물 자원 통계에 따르면, 몽골의 희토류 잠재 매장량은 수십만 톤 규모로 추정됩니다. 일본도 이 흐름을 일찌감치 읽고 접근을 시도했고, 중국은 몽골의 지리적 약점인 내륙 고립 상황을 이용해 물류 경로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견제해 왔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던 블록체인 업계의 한 기업에서도 이 흐름을 꽤 일찍 포착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팀 내에서는 몽골 현지 광산의 가치 평가 작업이 조용히 진행 중이었고, 저도 관련 자료를 공유받으며 이 나라가 가진 자원 잠재력을 처음 실감했습니다. 그 무렵 느꼈던 건 단순히 "몽골에 광물이 많다"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 나라를 선점하느냐 못 하느냐가 앞으로 10년 공급망 구조를 결정짓는다는 긴박감이었습니다.
한국이 꺼낸 카드, 공급망 전략의 핵심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물은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의 원칙적 타결입니다. EPA란 단순 관세 인하 협정인 FTA를 넘어 투자, 기술 협력, 인적 교류, 공급망 연계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경제 통합 프레임워크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두 나라가 경제 전반에 걸쳐 손을 잡겠다는 선언입니다.
한국이 내세운 전략의 핵심은 '현지 가공 협력'이었습니다. 원석만 빼가는 것이 아니라, 몽골 현지에 첨단 가공 시설을 함께 지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이 접근은 몽골 입장에서도 자원을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산업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줍니다. 일본이 자원 확보에만 집중하거나, 중국이 압박 중심으로 접근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지속 가능성이 높은 모델입니다.
여기에 K-푸드와 K-컬처에 대한 몽골 젊은 세대의 높은 관심이 친한(親韓) 정서로 이어졌고, 이것이 외교적 신뢰 형성에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비즈니스든 외교든, 결국 상대방에게 좋은 이미지가 쌓여 있어야 협상 테이블 자체가 열린다는 걸 체감합니다.
이번 한몽 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EPA 원칙적 타결로 핵심 광물 공급망의 제도적 틀 마련
- 몽골 현지 희토류 가공 시설 공동 구축 추진 합의
- 보건·의료, IT 분야 기술 협력 패키지 포함으로 단순 자원 협정 이상의 생태계 구성
- 삼성,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안정적 원자재 조달 경로 확보 기반 형성
토큰 증권(STO)으로 먼저 읽었던 신호
토큰 증권(STO, Security Token Offering)이란 부동산, 광물 같은 실물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토큰으로 분할해 발행하고 유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기존 증권 시장의 규제 안에서 실물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는 차세대 금융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가 속해 있던 팀에서는 이 STO 기술을 몽골 광산 자산에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수면 아래에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현지 광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지분을 디지털 자산화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민간이 정부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구나'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정부 차원의 EPA 타결이 더 의미 있게 보입니다. 민간이 먼저 가능성을 포착하고 선행 작업을 해뒀을 때,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맞물리면 실질적인 산업화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실물 자산 토크나이제이션(Tokenization), 즉 자산의 디지털 전환 기술이 향후 이 공급망 생태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개인적으로 상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출처: 금융위원회)도 이미 발표된 상태라, 제도 환경은 어느 정도 갖춰지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빛나는 성과 뒤의 불편한 질문
그런데 저는 이번 성과를 바라보며 솔직히 마음 한쪽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몽골은 북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중국에 완전히 둘러싸인 내륙국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란 특정 지역의 정치·군사·외교적 갈등이 경제 활동에 미치는 위험 요인을 뜻합니다. 몽골의 경우 이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내재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EPA를 맺고 현지 가공 시설을 지어도, 완성된 자재를 한국으로 들여오려면 결국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과하는 철도와 육로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처럼 국제 정세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이 물류 경로는 언제든 정치적 압박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이런 리스크도 있다" 수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민간 프로젝트 단계에서도 물류 경로 문제는 항상 가장 먼저 튀어나왔던 현실적 난관이었습니다.
물류 다변화 방안으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우회, 카스피해-흑해 경유 중간 회랑(Middle Corridor) 활용, 또는 항공 수송 비중 확대 등이 거론됩니다. 하지만 이 모두 비용과 안정성 측면에서 중·러 직통 루트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EPA 타결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려면, 정부가 공급망 안보(Supply Chain Security) 차원에서 구체적인 플랜 B를 반드시 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화려한 합의문 뒤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지금의 성과는 반쪽짜리에 머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한몽 정상회담은 분명 의미 있는 발걸음입니다. 자원 무기화라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기술 협력이라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이 성과가 진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려면, EPA 이행 속도와 물류 다변화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희토류 공급망 문제는 외교 행사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수년에 걸친 실행으로 증명되는 것이니까요. 앞으로 한몽 협력의 구체적인 이행 단계에 계속 눈을 두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9lsFuBzmz0
https://youtu.be/XBlBgKuohEg?si=XxTCjvFaKHdqXH0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