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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상장 당일 주가가 629% 뛰었다는 소식보다, 그 직후 창업자 본인이 "10년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훨씬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8월 19일 상하이 증시에 입성하며 자본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지만, 그 화려한 숫자 뒤에는 기술의 냉정한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1. 상장 열풍 — 숫자는 뜨겁고, 현실은 차갑다

제가 처음 유니트리 상장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숫자부터 다시 확인했습니다. 공모가 150.8위안짜리 주식이 개장 직후 1,100위안까지 치솟았고, 장중 시가총액이 우리 돈으로 92조 원을 넘겼습니다. 공모가 기준 기업 가치였던 12조 원이 하루 만에 70조 원으로 불어난 셈입니다. 청약 최종 당첨률은 0.018%였는데, 이건 중국 증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로 기록됐습니다.

 

이 속도가 가능했던 데는 커창판(科創板)의 구조적 특성이 있습니다. 커창판이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기술 기업 전용 거래소인데, 상장 후 5거래일 동안 가격 제한폭이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상승과 하락 모두 제한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사전 비공개 심사 제도까지 더해져 유니트리는 정식 접수 시점으로부터 103일 만에 상장을 마쳤습니다. 중국에서도 이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빠른 기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숫자가 있습니다. 작년 유니트리의 매출은 약 3,500억 원 수준이었고 순이익은 약 570억 원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이 4배 늘었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219배, 상장 첫날 종가 기준으로는 무려 1,300배에 육박했다는 포브스의 분석이 있습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쉽게 말해 투자자들이 이 기업의 미래 성장에 얼마나 프리미엄을 얹어서 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1,300배라는 숫자는 지금의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 이 기업이 만들어낼 세상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 상장 열풍 핵심 요약

  • 미래 기대값에 대한 거대한 베팅: 상장 첫날 PER이 무려 1,300배에 육박하며, 현재 실적이 아닌 차세대 유망 시장에 대한 자본의 강력한 기대를 반영했습니다.
  • 매출 구조의 한계: 휴머노이드 매출의 73%가 대학 연구실 및 교육용으로 발생하며, 실제 제조 현장 투입 비율은 약 3~4% 수준에 불과합니다.
  • 연구·엔터테인먼트 중심: 자금 조달의 48%를 로봇 두뇌 연구에 배정할 만큼, 아직은 양산형 산업용 장비보다 기술 개발용 도구 단계에 가깝습니다.

 

2. 두뇌 경쟁 — CEO가 직접 "10년"이라고 말한 이유

상장 다음 날, 유니트리 창업자 왕싱(1990년생)은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 대회 WRC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구현지능(具身智能)의 챗GPT 모멘트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자칫하면 10년이 걸릴 수 있다." 구현지능이란? 중국식 표현으로 피지컬 AI(Physical AI), 즉 몸을 가진 AI가 실제 물리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자기 회사가 상장한 바로 다음 날, 투자자들이 가득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겁니다. 주가가 다음 날 18.7% 빠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제가 이 발언에서 더 주목한 건 솔직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현재 하드웨어 모델이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는 완벽하게 작동하지만, 물건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실패한다고 인정했습니다.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수천 가지 예외 상황을 로봇이 아직 소화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오프라인 현장에서 자동화 솔루션 도입을 고민해본 입장에서, 이 발언은 교과서보다 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장비 하나 들여놓으면 예상 못 한 변수가 반드시 생기고, 그 변수가 전체 흐름을 멈추게 만드는 일은 이쪽 세계에서는 너무 익숙한 장면이니까요.

 

미국과 중국의 접근 방식은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나 피규어(Figure)로 대표되는 미국 기업들은 강력한 AI 두뇌를 먼저 구축하고 그 위에 하드웨어를 얹는 방식으로 가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압도적인 하드웨어 생산력과 빠른 테스트-실패-개선 사이클로 두뇌 격차를 좁히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이번 WRC에 참가한 기업 수는 작년 대비 36% 늘었지만, 미국 대표 기업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올해 7월 외국산 휴머노이드 수입을 제한하고, 미국 국방부가 유니트리 모기업을 중국 연계기업 명단에 올려 조달을 금지한 상황에서 양쪽이 같은 무대에 설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로봇 시장도 이미 '미국 리그'와 '중국 리그'로 나뉘는 구도가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출처: Reuters Technology).

📌 두뇌 경쟁 핵심 요약

  • 현장의 예외 상황 벽: 소프트웨어(AI 두뇌)의 한계로 인해 통제된 실험실을 벗어나면 현실 변수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 미·중 접근 방식의 차이: 미국은 고성능 AI 두뇌를 먼저 구축하는 전략이며, 중국은 압도적인 하드웨어 생산력과 빠른 현장 테스트로 소프트웨어 격차를 좁히는 전략입니다.
  • 기술 규제와 시장 분리: 미국의 수입 제한 및 조달 금지 조치로 인해 로봇 시장도 '미국 리그'와 '중국 리그'로 격돌 구도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3. 한국의 과제 — 데이터는 있는데 왜 느린가

제가 직접 현장에서 느낀 것과 맞닿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중국 선전의 하얼빈 공업대학 캠퍼스에서는 대학원생들이 유니트리 G1 로봇 여러 대를 아무렇지 않게 굴리고 있었습니다. 로봇에 흠집이 가도 상관없이 계속 테스트합니다. 여러 대가 있으니까요. 반면 우리나라 대학원에서는 로봇 한 대를 수십 명이 조심스럽게 다룬다고 합니다. 고장 나면 대체품이 없으니 연구 자체가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가 단순히 장비 수량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축적 속도의 문제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한국에는 중국이 부러워할 자산이 있습니다. 제조업 공장에 쌓인 실제 운용 데이터입니다. 로봇이 실험실 밖에서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현실 변수에 대한 학습 데이터 부족이라면, 이미 수십 년간 정밀 제조를 해온 국내 공장들의 공정 데이터는 그 자체로 막강한 자산입니다. 문제는 그 데이터를 피지컬 AI 학습에 연결하는 작업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중국이 실패를 반복하면서 쌓는 데이터와의 격차가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진다는 겁니다. 드론 배달 시스템 하나가 선전 도시 전역에 표준 인프라로 자리 잡는 데 7~8년이 걸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수없이 실패하면서 데이터를 쌓은 결과입니다(출처: OECD AI Policy Observatory).

 

핵심 부품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WRC에서 100m 달리기 자율 주행 기록 9.39초를 세운 로봇 탱구 울트라(Teng Go Ultra)는 스마트폰을 만들던 회사가 배터리·냉각 기술을 그대로 로봇에 이식해 만든 제품입니다. 관절 하나가 내는 힘이 400N으로, 중국 매체는 "SUV 엔진 토크를 관절 하나에 몰아넣은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스마트폰 부품 제조 기술이 로봇 핵심 부품으로 그대로 전이된 사례입니다. 우리나라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분야에서 글로벌 병목이 된 것처럼, 피지컬 AI 생태계에서도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핵심 부품 분야를 지금 선점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HBM이란 D램 칩을 여러 층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고성능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 한국의 과제 핵심 요약

  • 제조 현장 데이터 연계: 수십 년간 쌓아온 정밀 제조 공정 데이터를 피지컬 AI 학습용 데이터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 핵심 부품 병목 선점: HBM처럼 피지컬 AI 생태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고성능 관절·모터·배터리 등 핵심 기술 분야를 선점해야 합니다.
  • 실증 인프라 및 인력 확충: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량의 장비를 직접 돌려보며 실질적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연구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4. 자주 묻는 질문

Q. 유니트리 로봇은 지금 어디에 팔리고 있나요?

A. 2024년 기준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매출의 73%는 대학 연구실과 교육 기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실제 제조 라인에 투입된 비율은 전체의 3~4% 수준이며, 창업자 본인도 본격적인 산업 현장 투입까지는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인정한 상황입니다.

 

Q. 로봇 100m 달리기에서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기록이 나왔다는 게 사실인가요?

A. 2025년 8월 베이징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에서 탱구 울트라가 자율 주행 방식으로 9.39초를 기록했습니다. 우사인 볼트의 세계기록인 9.58초보다 빠른 수치입니다. 다만 이 기록은 벽에 부딪히는 등 완벽한 주행은 아니었으며, 작년 같은 대회 1위 기록이 21.5초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의 발전 속도가 더 인상적입니다.

 

Q. 중국 선전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실제로 타볼 수 있나요?

A. 포니 AI(Pony.ai)가 선전에서 앱 기반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상용 운영 중입니다.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저렴하며, 2025년 2월 기준으로 차량 한 대당 하루 유료 23건, 순매출 약 7만 원으로 손익 분기를 넘겼다고 발표했습니다. 100대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단 세 명 수준으로, 이미 시범 단계를 넘어선 상용화 모델입니다.

 

Q. 피지컬 AI랑 휴머노이드 로봇은 같은 말인가요?

A. 피지컬 AI(Physical AI)는 사람 모양의 휴머노이드에 국한된 개념이 아닙니다. 자율주행차, 배달 드론, 물류 로봇 등 물리 환경에서 AI가 직접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든 시스템을 포괄하는 표현입니다. 휴머노이드는 피지컬 AI의 한 형태일 뿐이며, 실제 일상 침투 속도는 드론 배달이나 자율주행처럼 특정 용도에 특화된 형태가 더 빠를 수 있습니다.

5. 결론

제가 이번 유니트리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가장 오래 머문 지점은 주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실험실 밖에서는 실패한다"는 창업자의 고백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자동화 기기를 다뤄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솔직하고 무거운 말인지 압니다. 완벽하게 통제된 시연 무대와 먼지 쌓인 실제 공장 바닥 사이의 거리는 수치로는 측정이 안 됩니다.

 

지금 가장 위험한 태도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화려한 시연 영상에 압도되어 "이미 다 됐다"고 착각하는 것, 다른 하나는 "아직 멀었다"는 말에 안주하며 데이터를 쌓을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기술은 항상 준비된 사람의 손에서 먼저 쓸모가 생겼습니다. 로봇 두뇌가 완성되기 전에 우리가 가진 제조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할지 지금 당장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유튜브 채널 <손에잡히는경제> - 유니트리 CEO의 고백 "로봇의 시대는 10년 뒤" - 김덕진 소장 (IT커뮤니케이션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