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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AI가 있습니다. 수학, 국어 할 것 없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AI가 각 과목에서 만점을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에게 뭘 가르쳐야 하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멈추질 않았습니다.



AI를 직접 써보니 보인 것 — 기본기의 빈자리

제가 AI를 업무에 처음 도입했을 때는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보고서 초안을 뽑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복잡한 이메일을 다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거 되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쓰면 쓸수록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AI가 만들어준 보고서를 검토하다가 출처가 없는 수치를 발견했습니다. 그럴듯한 문장 안에 틀린 사실이 숨어 있었던 겁니다. 이른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즉 AI가 없는 정보를 있는 것처럼 꾸며내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할루시네이션이란? AI 모델이 학습 데이터에 없는 내용을 그럴듯하게 생성해 사실처럼 출력하는 오류를 말합니다. 모델 입장에선 "확률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을 고를 뿐이어서, 사실 여부를 스스로 검증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위험합니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맞는지 틀린지 판별하려면 결국 그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이 필요합니다.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이란?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근거와 논리를 따져가며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AI를 써도 오답을 답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원리를 조금 들여다보면 이게 더 선명해집니다. 생성형 AI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텍스트·이미지·코드를 만들어내는 AI 방식으로, GPT 계열 모델이 대표적입니다. 이 모델들은 앞 단어를 보고 다음에 올 확률이 가장 높은 단어를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문장을 완성합니다.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계산하는 겁니다. 그러니 AI가 아무리 유창해도, 그 결과물을 검토하는 인간의 눈이 흐릿하면 결국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프롬프트를 잘 쓰는 기술보다, AI 결과물을 읽고 판단하는 문해력(Literacy)이 훨씬 더 중요했습니다. 문해력이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니라 텍스트의 맥락과 논리를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 전체를 말합니다. 이게 없으면 AI는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오류 증폭기가 됩니다.

📌 AI 시대 핵심 역량 용어 정리

  •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AI 모델이 학습 데이터에 없는 내용을 그럴듯하게 사실처럼 생성해내는 환각/오류 현상입니다.
  • 생성형 AI(Generative AI): 확률 계산을 통해 앞 단어 다음에 올 자연스러운 단어를 이어 붙이며 텍스트·이미지 등을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진위와 타당성을 판별하는 능력입니다.
  • AI 문해력(Literacy): AI가 출력한 결과물의 맥락과 논리를 파악하여 오류를 선별하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종합적인 해석 능력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물리학자들이 복잡한 카오스 운동을 다룰 때 쓰는 전략이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먼저 변하지 않는 것—에너지 보존 법칙 같은 불변량—을 찾아내는 겁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이란? 에너지는 형태가 바뀔 수 있지만 총량은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지 않는다는 물리학의 근본 원리입니다. 이 원리를 먼저 확정해 두면, 나머지 변화들을 훨씬 수월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AI 교육 문제도 이 시각으로 보면 훨씬 단순해집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코딩은 필수"라는 말이 상식처럼 통했습니다. 어린이 코딩 교육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컴퓨터공학과 입시 경쟁률은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는 코딩을 전공한 신입 졸업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AI가 이미 중급 이하의 프로그래밍 작업을 대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출처: 미국 노동통계국(BLS)).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 역시 "AI 시대엔 코딩이 경쟁력"이라고 믿었던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요.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설적인 엔지니어 짐 켈러(Jim Kelle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고등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대학에서 캐드를 가르치는 건 잘못된 방향이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수학·물리·화학·역사를 배워야 한다. 기본이 항상 최고다." 이게 단순한 보수적 의견이 아닙니다. 1차 산업혁명(증기기관)부터 4차 산업혁명(AI)까지 모든 기술 혁명의 밑바닥에는 수학과 물리학이 깔려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출처: 노벨위원회 —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이 AI 기반 연구에 수여됨).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사람들은 5년, 10년 뒤에 무엇이 바뀔지는 묻지만, 무엇이 변하지 않을지는 묻지 않는다." 제가 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때 꽤 오래 멈췄습니다. 저도 그동안 계속 "다음엔 어떤 AI 툴이 뜰까"만 쫓아다녔던 사람이었거든요.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입시와 취업 스펙이 생존을 좌우하는 한국 사회에서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저도 그 압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AI 툴을 무시하라"가 아닙니다. 다만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어느 방향으로 몰아갈지 결정하는 조종석에는, 결국 인간의 비판적 사고력과 철학적 판단이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조종석을 비워두면 AI에 끌려가는 수동적 소비자가 됩니다.

📌 변하지 않는 기본기의 핵심 가치

  • 불변량 접근법: 빠르게 변하는 기술 예측에 흔들리기보다, 시대를 관통하여 변하지 않는 근본 가치(기초 학문)에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 기초 학문(수학·물리·역사): AI 알고리즘과 기술 혁신의 뿌리가 되는 학문으로, 단기 기술 스펙보다 긴 안목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제공합니다.
  • 조종석의 주도권: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제어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의 판단력과 비판적 사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 시대에도 수학·물리 같은 기초 과목이 정말 중요한가요?

A. 제 경험상 기초 과목의 중요성은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AI 자체가 수학과 통계물리 알고리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기초를 이해한 사람일수록 AI 결과물을 더 잘 활용하고 오류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1~4차 산업혁명 모두 수학과 물리학이 핵심 기반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Q. AI가 코딩을 다 해주면 코딩 공부는 의미가 없나요?

A. 단순 반복 코딩은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고급 설계나 구조적 사고가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사람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코딩 자체보다 코딩을 가능하게 하는 수학적·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편이 더 긴 안목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AI 할루시네이션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직접 써보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AI가 제시한 수치나 고유명사를 반드시 원출처에서 다시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통계나 인용구는 일단 의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 작업이 가능하려면 그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본기가 AI 활용 능력과 직결됩니다.

 

Q. 아이에게 AI 툴을 가르쳐야 할까요, 기초 학문을 먼저 해야 할까요?

A. 둘 중 하나만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AI 툴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나중에 배워도 적응이 됩니다. 반면 수학, 역사, 문해력 같은 기초 체력은 어릴 때 쌓은 것이 훨씬 단단합니다. 조종 방향을 결정하는 능력을 먼저 키우고, 그 다음에 좋은 도구를 익히는 순서가 더 안전한 접근으로 보입니다.

 

결론

AI를 쓰면 쓸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기본기가 더 빛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그 도구를 올바르게 쓸 수 있는 판단력과 지식이 더 중요해집니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진화해도 우리 삶의 방향을 대신 결정해줄 수는 없고, 타인과 쌓는 진짜 신뢰를 대체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AI 툴 공부를 내려놓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변화의 속도에 쫓기는 대신, 10년이 지나도 쓸모 있을 것들—읽고 쓰고 생각하는 힘, 수학과 역사의 기초—을 먼저 단단히 쌓아두시길 권합니다. AI는 그 위에 얹으면 됩니다.

 

참고: 유튜브 채널 <TBC> -  AI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따로 있다?|부모 공감 토크콘서트 (With 김상욱 교수)